느린 아이는 단순히 말이 느린 것이 아니라, 언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특히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를 지도할 때는 '말을 가르친다' 기보다 '말하고 싶게 만든다'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느린 아이의 발음, 어휘, 문장이해 능력을 실제로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워킹맘이나 교사, 보호자 모두가 일상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중심의 코칭 전략을 소개합니다.
입모양 따라 놀며 발음 연습하기
느린 아이의 발음 문제는 단순히 발음 기관이 늦게 발달해서가 아니라, 입모양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억지로 따라 말하게 하기보다는 입모양을 놀이처럼 익히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훈련은 거울 앞에서 ‘같이 입모양 따라 하기’입니다. 예를 들어 “ㅁ, ㅂ, ㅍ” 발음을 중심으로 입술을 다물었다가 터뜨리는 동작을 하며, 거울을 보면서 “엄마랑 똑같이 해보자”는 식으로 유도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확성보다 ‘재미’입니다.
‘말풍선 스티커 놀이’도 매우 유용합니다. 말풍선 안에 단어를 붙여 아이가 소리 내어 읽게 하고, 그 단어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 연결하는 방식은 발음뿐 아니라 인지력도 함께 자극합니다. 또한 동요를 활용한 모음 발음 훈련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에~이~오~우~” 같은 기본 모음 발음을 노래처럼 부르며 반복하면, 아이는 발음을 부담 없이 익히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아이의 발음을 바로잡으려 들기보다는, ‘따라 할 기회’를 자주 주고 그 시도를 무조건 칭찬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이가 입을 열고 말하려는 동기를 갖게 됩니다.
실물 중심 단어 노출로 어휘 확장하기
느린 아이는 단어를 기억하는 속도가 느리고, 추상적인 단어보다 실물 중심의 구체적 단어에 더 반응을 잘 보입니다. 그래서 어휘 교육은 ‘단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단어를 자주 들려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선,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말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명확하게 말해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물을 줄 때는 “물 마실래?”, “물 주세요.” 등 문장을 매번 다르게 바꿔 말하며 어휘의 사용 맥락을 다양화합니다.
또한 주제별 어휘 카드를 활용해 집 안 곳곳에 붙여두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예: 부엌에는 ‘숟가락’, ‘냄비’, ‘식탁’, 욕실에는 ‘비누’, ‘수건’, ‘물’ 등의 단어를 시각 자료와 함께 붙이면,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반복 학습이 일어납니다.
이 외에도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도서나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어휘를 연결 지어 설명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로보카폴리’를 좋아한다면 “폴리는 경찰이야. 경찰은 사람을 도와줘.”라는 방식으로 어휘를 스토리화합니다.
핵심은 단어 하나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실생활 속에서 ‘언제 쓰는지’까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말하는 상황과 단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아이는 단어를 단순 기억이 아닌 ‘언어도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질문-대답 놀이로 문장이해력 높이기
느린 아이의 언어 중 가장 늦게 따라오는 부분은 '문장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한 문장을 통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단어만 부분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효과적인 지도법은 '짧은 문장 듣고 반응하기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곰 인형을 가져와 줘”라고 말했을 때, 아이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문장을 더 단순하게 바꿔 “곰 인형. 가져와.”처럼 2 단어 수준으로 내려야 합니다. 점차 “곰 인형은 어디 있지?”, “곰 인형은 누가 가져갔지?”처럼 질문을 다양화하면서 아이가 문장 패턴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놀이 방법 중에서는 ‘역할 놀이’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 병원 놀이를 하면서 “간호사님, 주사 주세요.”, “환자예요, 배 아파요.” 같은 문장을 반복하며 상황과 문장을 매칭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이 사람은 뭐 하고 있어?”, “강아지가 어디 있어?”처럼 그림 속 요소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고, 아이가 대답하면 문장을 덧붙여주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대답을 못해도 바로 정답을 주기보다는 기다려주고, 힌트를 주며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문장이해는 기억력보다 ‘상황 속 의미 연결’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반복적인 질문-응답 구조를 만들면, 아이의 문장이해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언어 자극을 위한 현실적 루틴 실천
- 거울 앞 발음 놀이 5분 루틴 만들기
매일 저녁 거울 앞에서 “마, 바, 파” 입모양 따라 하기 → 아이와 같이 동요 부르기 → 입모양 흉내내기 놀이. - 집 안 어휘카드 10장 붙이기
냉장고, 문, 창문, 수건, 컵 등 자주 보는 사물에 단어 스티커를 붙여 매일 반복 노출. - 하루 3 문장 질문-대답 대화 실천하기
“이거 뭐야?”, “어디 있어?”, “무슨 색이야?” 등 짧은 문장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고 기다려주기.
복잡한 수업이나 교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가능한 루틴이 아이를 바꿉니다.
오늘 거울 하나 붙이고, 단어 카드 10장부터 시작해 보세요. 언어는 반복이 답입니다.